문득

2014. 6. 7. 00:07 from 카테고리 없음
살떨리게 외롭다. 혼자 있을 때도 외롭고 라디오 들을 때도 외롭고 친구와 대화할 때도 외롭고 그냥 삶이 외롭다. 날씨는 갈수록 더워지는데 나는 가끔씩 - 비유도 상징도 없이 문자 그대로 - 추위를 느낀다. 그러니까 살떨리게 외롭다. 이건 진짜다. 되도 않는 수식이 아니라, 정말로, 살떨리게 사는게 외롭다.
Posted by 노랑 가방 :

하루 정리

2014. 5. 4. 22:26 from 카테고리 없음

두통은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이전에도 종종 있었던 두통이었지만 이번에는 강도가 특히 심했다. 도서관에서 일단 책을 빌리고 약국을 찾았는데, 두 군데나 문이 닫혀 있었다. 일요일은 '아프기'도 쉬어야 하는 날임을 몰랐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만큼, 한 걸음 걷기가 힘이 들만큼 머리가 아팠다. 간신히 이십사 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을 찾아 타이레놀을 샀다. 한 알을 먹었는데 듣지 않았다. 한 알을 더 먹어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도서관에 들어가 까무룩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면 글 한 줄을 썼다. 한 줄을 쓰고 나면 다시 눈을 감아야 했다.

내내 서러웠다.

요즘 광고 문자들은 머리가 좋아서, mms의 제목을 일상적인 문장으로 쓴 후에 사진으로 광고 내용을 첨부해서 보낸다. 이를테면 오늘 온 광고 문자는 '점심 먹었니?'라는 제목이었다. 그 문자를 붙잡고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결국 공부는 거의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오는 길에는 비가 내렸고 나는 우산이 없었다. 가랑비에 회색 후드가 진회색으로 물드는 것을 보며 나는 기어가듯 걸었다. 지하철역까지의 길이 그토록 길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아프면 서럽구나. 타이레놀이 없고 우산이 없으면 서럽구나. 사람이 없으면 서럽구나. 당연한 명제들을 새삼 깨달았다.

Posted by 노랑 가방 :

하지 못한 말

2014. 4. 24. 15:33 from 카테고리 없음
죽고 싶다는 생각은 이전에도 여러 번 했지만, 이번처럼 죽음이 가까이 느껴진 적은 없었다. 상처 하나 없는 손목이 자꾸 시리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나를 어쩔 줄을 몰라서 두렵다. 안다. 나는 계속 꾸역꾸역 살아갈 것이다. 아는데도 무섭다. 모두를 붙잡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겠다. 누군가 나를 단단히 붙들어매주었으면 좋겠다. 떠돌고 싶지 않다. 끝의 끝이 너무나 아득하고 또 너무나 가까워보여서 나는 요즘 걷다가도 눕다가도 눈물이 불쑥 난다. 죽고 싶고 또 한편 살고 싶다는 양가적인 욕망이 나를 지배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저 너무나 불안정하다. 정처없다. 삶이 가벼워서 훅 불면 날아갈 것만 같다.
Posted by 노랑 가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