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잔 날은 세 번에 두 번 꼴로 머리가 아프다. 지금은 천박함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말은 언제나 나를 천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시 쓰자면, 말은 그 자리에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던 천박함을 일깨웠을 뿐이다. 머리가 아픈 날이면 갑자기 치열끼리의 부딪힘을 의식하게 되는 것처럼. 말할 수록 나는 천박해지지만 바로 그런 이유에서 나는 계속 말해야한다. 천박함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끄러워하기 위해서. 윗니와 아랫니가 부딪힐 때마다 관자놀이가 지끈거린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천박함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라 천박함을 넘어서려는 것이다. 이 말을 책임질 수 있으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은 책임질 수 없는 말이나마 천박하게 지껄여본다.
건강해서 아픈 날들이 있는가 하면 아파서 건강한 날들도 있었다. 시가 필요한 날과 시조차 피로한 날이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되어 지나갔다. 감기약 기운에 기대어 죽은 듯 잠을 잤다. 체온은 분명 정상인데 얼굴에서는 수상한 열기가 느껴졌다. 너에게 아프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사실 내가 멀쩡하다는 것을 증명해주었지만, 동시에 어떤 징후이기도 했다. 내 무너짐의 증상이었다.
내가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말이든 다 장난 아니면 거짓말로 읽혔으면 좋겠다. 감기약 기운 속에서, 비 오는 세상은 여전히 몽롱하다.
내가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말이든 다 장난 아니면 거짓말로 읽혔으면 좋겠다. 감기약 기운 속에서, 비 오는 세상은 여전히 몽롱하다.
옷 속에 닿는 바람이 너무 미지근해서 죽고 싶은 기분이 든다 죽고 싶은 기분은 죽음과는 너무 무관해서 거실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너에게서는 젖은 개 냄새가 나고
- 황인찬, <조도> 중
나를 늘 속수무책으로 만드는 어떤 다정함들에게 이 시 구절로 대답을 대신한다.
